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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인터뷰]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 수상-이기원 인천일보 서면인터뷰 전문

작성자 시흥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작성일 21-05-31 조회 댓글

이기원 청소년의 동의를 얻어.. 인천일보에서 진행한 서면인터뷰 전문을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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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상 소감

조금은 상투적인 말이지만 꼭 해야되는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상은 저 혼자만의 상이 아닙니다. 꿈드림 센터 선생님들께서 저를 믿어주시고 다양한 활동의 기회를 제시해주셨기에 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에 비해 꿈드림 선생님들의 처우는 임금이나 복지면에서 많이 열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제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알아봐주시고 제가 고민이 있을 때마다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셨습니다. 선생님들의 사명감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또 저와 함께 활동했던 경기도 꿈드림 센터와 시흥시 꿈드림 센터의 친구들이 저를 믿고 리더의 자리를 맡겨주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수상의 영광을 센터 선생님들과 청소년들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2.  어떤 점이 평가를 받았다고 보는지요.

아무래도 저는 시대적 변화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비해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관계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 복지 관련 주제가 많이 논의되고 있고 올해 초에 제가 한 중앙 일간지에 투고를 했는데 그 글이 홈페이지 메인에 실린 일도 있었습니다. 저의 수상은 어느정도 그런 사회적 추세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학교 밖 청소년 관련 활동을 한 다른 많은 청소년 중에서도 특별히 제가 수상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구체성과 지속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교통비 지원 증액이라던가 검정고시 6개월 제한 규정 폐지같은 구체적인 정책들을 여태까지 제시해왔고 2018년부터 현재까지 학교 밖 청소년 관련 주제를 계속해서 공론화하려고 시도해왔습니다. 또 한가지를 꼽자면은 최근에 경기도 꿈드림 센터에 시무 14개조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꿈드림단이 더욱 진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담아서 제출한 적이 있는데 그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3.  학교를 떠난 이유

한국 사회에서 자퇴라는 결정이 쉬운 결정은 아닌 만큼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은 입시 위주 교육 자체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학생의 본분이 공부다라는 말이 너무 싫었습니다. 공부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오직 교과 공부만이 의미있는 공부로 여겨지는 것과 모든 활동들이 입시로 이어져야한다는 부담을 받는게 너무 싫었습니다. 두 번째로 선생님들에 대한 실망도 있었습니다. 당시에 담임 선생님은 너무 좋았는데 교과선생님들 중에 학생을 진심으로 생각한다기보다는 그저 사무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랑 모종의 사건으로 인하여 대판 싸우고나서 교사들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히 커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남들이 다 가는 길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습니다. 남들 하는대로 공부해서 대학가면 또 취직하라는 압박을 받을거고 취직하면 승진해야되는 압박이 있고.... 학교를 계속다니면 이런 순환의 굴레에 갇혀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그때는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만의 길을 개척해보자는 생각으로 학교를 나왔습니다.

4.  학교밖 현장과 제도권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정해진 스케줄이 없다는 것입니다.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은 하루의 절반 가량 혹은 그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일과가 어느정도 정해져있는 반면에 학교 밖에서는 일어나는 시간부터 자는 시간까지 전부 본인이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려는 사람도 있고 이런 저런 자격증 학원에 다니면서 기술을 배우는 사람, 하루에 알바 3개이상을 뛰면서 돈을 버는 사람, 가게를 차리려고 준비하는 사람 등등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정말 다른 것 같습니다. 학교 밖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형식도 학교의 활동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정한 커리큘럼의 교육을 진행하는 반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서는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만 존재합니다. 그런 면에서 활동의 자율성이 크게 보장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ᅟᅡᆮ.

5.  학교밖 청소년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있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은 더욱이 꿈을 잃고 방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은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듣고 선생님들이 시키는 수행평가나 시험에 응시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하루 일과를 모두 스스로 결정해야합니다. 이러한 측면이 학교 밖 청소년의 장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자퇴를 한 청소년들조차도 목표가 바뀌거나 실패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과정에서 청소년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인프라가 상당히 미비합니다. 학교 밖 센터에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특정한 직업군(가령 바리스타나 플로리스트 등의 직업군)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인력이나 공간도 많이 제한되어 있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학교 밖 센터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에는 더욱 막막합니다. 요즘에 조금 개선되는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자퇴를 할 때에 학교 측에서 꿈드림 센터에 적극적으로 연계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청소년들은 말그대로 사회적 안전망 속에서 벗어나기 쉬운 것이죠.

이 문제에 대해서 첨언하자면 학교 밖 청소년의 장점을 자율성이라고 이야기하기에도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자율성이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 선택지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선택지를 찾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막상 학교 밖 청소년에게 주어져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자유가 보장되지만 그 자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적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자율성은 반쪽 짜리 자율성이고 그 부분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6.  학교밖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수단이나 정책이 필요할까요.(인터뷰이 개인의 생각외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교육청 등이 해야할 역할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밖 청소년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국가의 정책은 학교 밖 청소년을 줄이고 어떻게든 학교로 복귀시키는데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제도권의 틀 내에서 교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라는 것은 특정한 커리큘럼을 토대로 교육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커리큘럼을 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죠. 따라서 국가는 모든 사람을 학교를 통해서 교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포기하고 학교가 품어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선택지를 주어야 합니다. 학교 내에서 선생님들이 여러 가지 역할을 분담해서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처럼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꿈을 꾸는 청소년들을 효과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여러 전문가들을 투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응집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합니다. 시흥을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학교 밖 청소년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저희 센터 하나입니다. 다른 청소년 기관들도 있지만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라 학교 스케줄에 맞춰져 있어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활동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도권은 이러한 인력과 공간을 충원하는데 힘써야 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또 학교나 교육청은 자퇴를 무조건적으로 억제할 것이 아니라 자퇴를 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청소년이 있다면 이를 지원하고 학교 밖 청소년 센터와 적극적으로 연계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  학교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왔습니다. 제도권 교육이 바뀌어야 할 부분은 어떤 점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입시 위주 교육을 버려야할 것입니다.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학교의 커리큘럼은 대입에 맞춰져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 이는 다양성을 파괴하고 학생들의 우울감을 강화시킬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정말 다양한 재능을 가진 청소년들이 많은데 오직 입시를 위한 공부만을 강조하고 거기에만 매몰되다보면 그런 재능은 꽃을 필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그리고 내신이나 수능이라는 제도는 결국에 소수만 성공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건 100명 중에 4명에 불과합니다. 이는 결국 나머지 96명의 학생들에게는 우울감을 주는 것이죠.

출석 의무를 폐지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사람을 학교에 입학시키고 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에게 출석을 의무화시킵니다. 저는 학교에서 모든 종류의 사람을 품는 것이 불가능할텐데 과연 출석을 의무화시키는 것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학생들의 반발심과 스트레스만 키울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인데 선생님들에게 주어진 과중한 문서 업무를 줄이는 것입니다. 사실 교사는 가르치는 것을 업무로 삼아야하는데 선생님들이 하시는 일을 보면 대부분이 문서 업무입니다. 물론 세금이 쓰이는 일인 만큼 어느정도의 문서화는 필요하겠습니다. 하지만 문서 업무가 가르치고 지도하는 업무보다 많아지게 되면 그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봤을 때 문서 업무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교수법에 대한 연구 및 학생들의 사례 관리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공교육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계속 선생님들이 문서 업무 과중에 시달리다보면 학생들에게 소홀해질 수 밖에 없고 사교육에 비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8.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으로 선택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공이 이기원씨가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저는 학교 밖 청소년 문제는 대단히 정치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학교 밖 청소년의 문제는 단순히 복지를 늘리고 지원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사회 구성원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은 모든 사람을 국가가 전담해서 교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러나 국가에서 정하는 획일적인 지침과 교육과정만으로 모든 사람을 교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고 따라서 국가가 교육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과 시민사회가 교육을 분담해서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대단히 정치적인 것입니다. 사회의 근본 구조와 체계를 바꾸자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으로 청소년 문제, 교육 문제에 대해 이런 식의 정치적인 제안을 해나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 정치에 대한 이해와 정치를 바라보는 저만의 독자적인 틀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9.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와 함께, 지금도 학교밖에서 생활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해요

저는 실천하는 지식인의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할 자유를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 그러한 세상이 도래하는데 필요한 생각들과 관점들을 제시하는 것이 저의 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언론인의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언론은 국가와 시민사회, 그리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들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제도이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서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언론인이 된다면 단순히 사회에서 일어난 사실들을 무미건조하게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사회에 필요한 관점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억압받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그런 언론인이 되고 싶습니다.

저의 후배 청소년들에게는 지금 당장 꿈이 없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주변 어른들로부터 걱정어린 시선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 시선으로 인해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야할 것 같고 하루빨리 꿈을 찾아야할 것 같은 압박감도 얻습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지금 당장 해결해야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삶을 살지는 평생에 걸쳐 고민해야되는 부분이고 내가 지금 당장 장래희망을 결정하지 않더라도 계속 생활하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꿈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에,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너무 부담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