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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2021년 별세별이 글 ' 망각' 장예현

작성자 시흥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작성일 21-12-16 조회 댓글

2021 별세별이<별들의 세상, 별들의 이야기> 중

망각-장예현 이어보기​

그때였다. 

 

어디선가 미약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흐느끼고 있는 사람은, 윤우도, 나의 가족도 아닌, 나였다. 울고 있는 사람은 나였다.

내가 대체 왜 울고 있는 것인지, 익숙한 체향이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와 다급하게 외쳤다.

 

"..... 받아들여."

"... ?"

"이제 그만... 받아들이라고.... !"

 

나를 향해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하는 나는, 입술을 사리물며 흐느끼고 있었다. 다시금 눈앞이 하얗게 점멸되며 가물가물한 시야로 보이는 것은, 주저앉아 발악하고 있는 나였다. , 왜 그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계속 내게 무언가를 받아들이라고 외쳤던 건지, 왜 그렇게 절박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울부짖었던 건지.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다시금 눈을 떴을 때 내 앞에는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우와, 귀엽다. 안녕 멍뭉아?"

"월월!“

 

강아지는 몇 번 짖고 난 후, 내 품에 들어왔다.

복실복실한 강아지를 계속해서 쓰다듬자, 연이어 윤우가 잠에서 깬 것인지 나를 향해 다가왔다.

퀭한 눈을 보니, 어젯밤 한숨도 못 잔 듯 보였다.

내가 강아지를 껴안으며 그에게 말했다.

 

"강아지 이쁘지?"

"...., 귀엽다."

"너도 이리와서 빨리 쓰다듬어줘."

"... 난 강아지 안 좋아하는데."

 

윤우의 고동색 눈동자가 지진일 듯 일렁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금 자리를 찾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그는 괜찮다며 내게 거절했다. 윤우가 강아지를 안 좋아했었나?

금시초문인데... 내가 의아함에 혀를 몇 번이고 굴리며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런 나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윤우는 제 머리를 털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한참이고 강아지와 함께 놀던 내가, 윤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물 마시러 가자."

"그래."

 

내가 살포시 미소를 띠며 답했다. 이 세계에선, 직접 물을 구해야 한다.

밖을 나서면 아름답게 흐르는 초콜릿 폭포수가 보이고, 그 옆에는 딸기 우유 폭포수가 보였다.

내가 해사하게 웃으며 운을 뗐다.

 

"딸기 우유 마시자."

"초콜릿.... 폭포수 가자."

". 난 딸기가 좋은데."

 

그가 찝찝해 보이는 표정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폭포수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뒤에서는 느린 발걸음으로 이곳을 향해 걸어오는 윤우가 보였다.

나는 챙겨온 물병에 딸기 우유를 가득 담기 시작했다. 달달한 딸기 냄새가 가득했다.

옅게 미소 지으며 딸기 우유를 벌컥벌컥 마셨다. 윤우는 옆에서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더니,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딸기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캬아 이 맛이지."

"...."

 

윤우는 다 비워진 물병을 바라보더니 내게 말했다.

 

"이제 가자....."

"그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은 보랏빛 하늘이네. 나는 해맑게 웃으며 윤우의 어깨를 슬며시 잡았다.

그러자 윤우는 고개를 돌려 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옅게 미소 지어 보였다.

어쩐지 나에게 닿는 그의 눈빛이 시려 보였다.

 

"너무 아름답고, 행복하다. 그치?"

"... 너무 아름답네."

"난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해."

"다행이네. 행복해서."

"... 안 행복해?"

"글쎄.... 난 너가 행복하다면 괜찮아."

그가 슬픈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서로 얘기를 나누다가 다시 잠에 빠졌다.

아침이 밝고, 나는 또다시 따스한 햇볕과 함께 눈을 떴다.

더없이 아름답고도 황홀한 하늘을 눈에 가득 담으며.

졸음이 가득한 눈을 연신 비비며 습관적으로 윤우의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윤우야, 이 아름다운 세계는 너무도 나를 벅차게 만들어.

그러나,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가 자는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땠을 땐,

달콤한 사탕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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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 지구는 끝없는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망가졌다. 그리하여 인구 수는 급격히 줄기 시작했고, 끝끝내 지구에는 단 두명의 사람만이 생존하게 되었다. 바로 김여주와, 도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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